이익의 97%가 한 부문에서 나온다, 현대로템(064350) 분석

현대로템의 수주잔고가 2026년 6월 말 30조 4,04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조를 넘었습니다.

같은 분기 영업이익은 2,32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7% 줄었습니다. 일감은 사상 최대인데 이익은 뒷걸음쳤습니다.

그리고 그 30조를 뜯어보면 19조 8,670억 원이 K2 전차가 아니라 철도차량입니다. 이익의 97%를 방산에서 버는 회사인데, 쌓인 일감의 65%는 철도입니다.

3분 요약

  • 수주잔고 30조 4,046억 원으로 사상 최대. 구성은 철도 65.3%, 방산 포함 AD&RH 32.3%입니다.
  • 반면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의 96.7%가 AD&RH 단독에서 나왔습니다. 철도는 사실상 이익을 내지 못합니다.
  • 2분기 영업이익 2,3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 감소. 매출은 1조 6,060억 원으로 13.3% 늘었는데 이익만 줄었습니다.
  • 영업이익률이 2025년 17.2%에서 2026년 상반기 14.9%로 4년 만에 꺾였습니다.
  • 철도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4년 마이너스 8.2%, 2025년 1.4%, 2026년 상반기 0.59%입니다.
  • 7월 27일 하루에 16.35% 급락했고 증권사 여덟 곳이 같은 날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주가는 52주 최고가 대비 51.7% 아래입니다.
  • 8월 31일 종가 13만 6,200원, 시가총액 14조 8,652억 원, 최근 4분기 기준 주가수익비율 18.4배입니다.

1.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

현대로템은 세 가지를 만듭니다. 전동차와 고속철 같은 철도차량,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같은 지상 무기체계, 그리고 제철 설비와 수소 인프라를 다루는 플랜트입니다.

2026년 7월 조직개편으로 부문 이름이 바뀌어서 공시와 리포트에 낯선 약어가 등장합니다. 철도는 RS(Rail & System), 플랜트는 EP(에코플랜트), 방산은 AD&RH입니다. 마지막이 특히 알아보기 어려운데, AD는 항공우주·방산(Aerospace & Defense), RH는 로봇·수소(Robot & Hydrogen)를 뜻합니다. 기존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에 항공우주를 붙이고, 방산·철도·에코플랜트 세 곳에 흩어져 있던 로봇·수소 조직을 하나로 모아 만든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편의상 방산이라 부르는 부문에는 지상 무기체계뿐 아니라 우주발사체, 무인체계, 수소 인프라, 산업용 로봇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이고 코스피 보통주 시가총액 54위입니다. 국내에서 전차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가 주목받은 계기는 2022년 폴란드 K2 전차 수출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철도차량 회사에 가까웠고 수익성도 좋지 않았습니다. 2022년 영업이익률이 4.7%, 2023년 5.9%였습니다. 그러다 폴란드 물량이 매출로 잡히기 시작하면서 2024년 10.4%, 2025년 17.2%로 뛰었습니다. 주가도 같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은 이 회사를 방산주로 봅니다. 문제는 그 분류가 앞으로도 유효하냐는 것입니다.

2. 이익의 97%가 한 부문에서 나온다

현대로템 2026년 상반기 매출은 AD&RH 57%, 2분기 영업이익은 AD&RH 96.7%인 반면 6월말 수주잔고는 철도 65.3%로 구성이 엇갈리는 것을 보여주는 누적 막대 그래프

2026년 상반기 매출에서 AD&RH가 차지한 비중은 57%입니다. 철도가 37%, 플랜트가 6%입니다. 2023년만 해도 방산 44%, 철도 43%로 팽팽했는데 3년 만에 기울었습니다.

이익으로 보면 격차가 훨씬 큽니다. 2026년 2분기 전사 영업이익 2,324억 원 가운데 2,248억 원, 그러니까 96.7%가 AD&RH 단독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분기 철도 부문은 매출 5,848억 원에 영업이익 36억 원, 이익률 0.62%였습니다. 매출의 37%를 담당하면서 이익은 거의 남기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예전에는 잘했던 것도 아닙니다. 부문별 영업이익률은 2024년 마이너스 8.2%로 1,232억 원 적자였고, 2025년 1.4%, 2026년 상반기 0.59%입니다. 적자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흑자 폭도 아직 얇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말 수주잔고를 보면 그림이 뒤집힙니다. 철도가 19조 8,670억 원으로 65.3%, AD&RH가 9조 8,197억 원으로 32.3%, 플랜트가 7,179억 원으로 2.4%입니다. 이익을 내는 부문의 일감이 3분의 1, 이익을 못 내는 부문의 일감이 3분의 2입니다.

다만 잔고 비중을 그대로 미래 매출 비중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두 부문은 소진 속도가 다릅니다. AD&RH 잔고 9.8조는 연 매출 3.5조 기준 약 2.8년치인 반면, 철도 잔고 19.9조는 연 매출 2.3조 기준 8.8년치입니다. 철도 계약 중에는 만기가 2042년인 건도 있습니다. 잔고가 두 배라고 해서 매년 들어오는 매출이 두 배인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새로 들어오는 일감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2분기 최대 신규 수주는 모로코 철도청 전동차 사업 약 7,482억 원이었습니다. 7월과 8월에 낙찰자로 선정된 대만 타오위안 브라운라인 3,585억 원, 그린라인 중리연장선 2,586억 원도 철도입니다. 뒤의 두 건은 아직 계약 체결 전 낙찰통지 단계입니다. 최근 들어온 대형 물량이 모두 철도라 잔고의 쏠림은 더 심해지는 쪽입니다.

3. 이익이 줄어든 진짜 이유

현대로템 분기 영업이익이 2025년 3분기 2,777억 원에서 2026년 1분기 2,242억 원, 2분기 2,324억 원으로 낮아진 것을 보여주는 막대 그래프

2026년 2분기 매출은 1조 6,06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3% 늘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324억 원으로 9.7% 줄었습니다. 매출이 늘면서 이익이 주는 조합은 원가율이 나빠졌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밝힌 원인은 제품 구성 변화입니다. 폴란드로 나가는 K2 양산 비중이 줄고 국내에 납품하는 K2 물량이 매출로 잡혔다는 설명입니다. 같은 전차라도 수출과 내수의 마진 구조가 다릅니다. 내수는 방위사업법이 위임한 원가계산 규칙에 따라 총원가에 국방부장관과 방위사업청장이 정하는 이윤산정기준을 더해 값을 매기는 반면, 폴란드 계약은 현대로템이 폴란드 군비청과 직접 협상한 가격입니다.

다만 회사는 구성이 바뀌었다고만 했지 그것이 이익률 하락의 전부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증권사들이 지목한 원인은 더 복잡합니다. 폴란드 1차 계약 물량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점, 1차보다 2차 계약의 수익성이 낮은 점, 전년 동기에 일회성 이익이 있었던 점이 함께 거론됩니다. 특히 두 번째는 수출과 내수의 차이가 아니라 수출 계약끼리의 차이라 성격이 다릅니다.

실제로 공시를 보면 수출 비중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AD&RH 부문 수출 비중은 2025년 72.4%에서 2026년 상반기 70.6%로 1.8%포인트 낮아졌을 뿐입니다. 이 정도 변화만으로 이익률 하락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점이 이 회사를 볼 때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시장은 K2 수출 계약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반응하지만,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계약이 아니라 그해 실제로 투입된 원가만큼입니다. 이 회사 매출의 97%가 기간에 걸쳐 진행률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잔고에 수출 물량이 아무리 쌓여 있어도 그해 공장을 돌린 것이 마진 낮은 물량이면 이익률은 내려갑니다.

분기 흐름을 보면 이 구조가 보입니다. 2025년 3분기 2,777억, 4분기 2,675억이던 영업이익이 2026년 1분기 2,242억, 2분기 2,324억으로 한 단계 내려앉았습니다. 두 분기 연속 2,300억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4. 4년 만에 꺾인 이익률

현대로템 영업이익률이 2023년 5.9%, 2024년 10.4%, 2025년 17.2%로 올랐다가 2026년 상반기 14.9%로 낮아진 것을 보여주는 막대 그래프

연간 영업이익률을 이어 붙이면 2023년 5.9%, 2024년 10.4%, 2025년 17.2%입니다. 3년 만에 세 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는 14.9%입니다. 상반기 매출 3조 635억 원에 영업이익 4,566억 원입니다.

2.3%포인트 하락이 대단한 폭은 아닙니다. 문제는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이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매출 성장이 아니라 이익률의 계단식 상승이었습니다. 2025년 한 해만 봐도 매출이 33% 느는 동안 영업이익은 120% 늘었습니다. 그 계단이 멈추면 밸류에이션의 근거도 달라집니다.

참고로 2025년 연간 실적은 매출 5조 8,390억 원, 영업이익 1조 56억 원, 연결 순이익 7,705억 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를 넘은 해였습니다.

5. 7월 말에 벌어진 일

현대로템 주가가 52주 최고가 28만 2천 원에서 7월 27일 13만 2,500원으로 급락한 뒤 8월 31일 13만 6,200원이고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는 27만 4,118원임을 보여주는 막대 그래프

2분기 실적은 7월 24일 금요일 장중에 공시됐습니다. 그날 이미 장중 고가 17만 3,000원에서 종가 15만 8,400원으로 4.9% 밀렸고, 본격적인 반응은 다음 거래일에 나왔습니다. 7월 27일 월요일, 주가는 15만 8,400원에서 13만 2,500원으로 16.35% 빠졌습니다. 장중에는 12만 8,100원까지 밀려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고, 이틀 뒤 11만 3,100원으로 저점을 다시 낮췄습니다.

같은 날 증권사 여덟 곳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내렸습니다. 한국투자증권 32만에서 27만, iM증권 32만에서 28만, 삼성증권 30만 6천에서 25만, 신한투자증권 29만에서 23만, DS투자증권 27만에서 23만 6천, 대신증권 26만에서 24만, 다올투자증권 40만에서 38만, BNK투자증권 29만에서 25만으로 낮췄습니다. 다만 투자의견은 대부분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목표주가를 낮춘 이유는 실적 그 자체보다 일정 지연이었습니다. 대신증권은 폴란드 K2 2차 계약에 해당하는 K2PL 64대의 생산과 매출 인식이 2027년에 집중되지 않고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분산될 것으로 전망을 바꾸며 목표가를 24만 원으로 내렸습니다. 수주가 취소된 것이 아니라 일정이 퍼진다는 뜻입니다.

이 지연이 중요한 이유는 앞에서 본 구조 때문입니다. 폴란드 수출 물량은 이 회사에서 마진이 가장 좋은 제품인데, 그 물량이 뒤로 밀리면 그 사이 기간의 이익률은 내수 물량이 결정합니다. 계약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미뤄진 것이므로 총액은 그대로지만, 매년 얼마를 버느냐는 달라집니다.

주가는 52주 최고가 28만 2,000원에서 51.7% 내려온 13만 6,200원입니다. 52주 최저가는 11만 3,100원이니 바닥에서는 20%가량 올라온 자리입니다.

6. 컨센서스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는 27만 4,118원입니다. 17개 증권사 리포트를 단순평균한 값이고 현재가 대비 상승 여력은 101%입니다. 목표가가 현재가의 두 배라는 뜻인데, 이런 상태는 흔치 않습니다.

해석은 두 갈래입니다. 시장이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컨센서스가 현실을 아직 다 반영하지 못했거나.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포털이나 증권 사이트마다 컨센서스 목표주가가 다르게 표시됩니다. 어떤 곳은 29만 원대를 보여주는데, 확인해보면 7월 27일 이후 갱신되지 않은 값입니다. 8월에 나온 하향분, 예컨대 현대차증권이 28만 4천에서 20만으로 29.6% 낮춘 것 같은 조정이 빠져 있습니다. 석 달 전 컨센서스는 31만 1,944원, 한 달 전은 28만 4,000원이었습니다. 두 달 사이 12%가 깎인 것인데, 그 하향분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가 여전히 화면에 남아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주가수익비율에서도 생깁니다. 일부 사이트는 26.6배로 표시하는데, 역산해보면 2025년 12월 말 주가 18만 7,900원을 2025년 주당순이익 7,055원으로 나눈 값입니다. 분자가 여덟 달 묵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이트라도 화면 위쪽에는 19.3배가 떠 있습니다. 이건 8월 31일 종가를 같은 2025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라 이번에는 분모가 묵었습니다. 한 종목의 주가수익비율이 화면 안에서만 두 개인 셈입니다.

분자와 분모를 모두 최근 것으로 맞추면 이렇게 됩니다. 8월 31일 종가를 최근 4개 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8,076억 원에서 나온 주당순이익 7,399원으로 나누면 18.4배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6월 말 지배주주 자본 3조 4,064억 원 기준 4.36배입니다. 밸류에이션 지표를 인용할 때 어느 시점 주가를 어느 기간 실적으로 나눴는지 함께 보지 않으면, 같은 회사를 두고 26.6배와 18.4배가 동시에 돌아다닙니다.

수급은 갈려 있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60만 주를 순매수했고 기관은 69만 주를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 지분율은 7월 말 38.76%에서 8월 말 39.57%로 0.81%포인트 올랐습니다.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지분 33.77%보다 높습니다.

7. 앞으로를 결정할 것들

이 회사의 향방을 가르는 변수는 세 갈래입니다.

첫째, 폴란드 2차 계약의 실행 속도입니다. K2PL 64대가 언제 생산 라인을 지나가느냐가 2027년과 2028년 이익률을 나눕니다. 폴란드는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어서, 물량이 나가더라도 현대로템이 가져가는 몫이 이전 계약과 같을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둘째, 추가 수출입니다. 다만 진행 단계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가장 앞선 곳은 페루로, 2025년 12월 페루 육군·FAME와 K2 54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를 담은 총괄합의서를 맺고 이행계약을 협상 중입니다. 루마니아는 차세대 전차 216대와 지원차량 76대를 합쳐 약 65억 유로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독일 라인메탈, 프랑스·독일 합작 KNDS와 3파전 구도지만 아직 정식 입찰 단계에 이르지 않았고 공급사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라크는 최대 250대가 거론되지만 회사가 네 차례 해명공시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고 양해각서조차 확인되지 않습니다. 중동은 3월에 중동형 K2 출하식을 열고 시험평가를 진행 중인 단계입니다. 넷 중 계약 공시가 나온 곳은 아직 없습니다.

셋째, 그룹 차원의 방산 재편입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위아의 특수사업부를 현대로템으로 옮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현대위아는 국내 유일의 대구경 화포 전문 생산업체로 K2 전차의 120밀리 포신을 만듭니다. 성사되면 현대로템은 완성 차량뿐 아니라 핵심 무장까지 갖추게 됩니다. 다만 아직 영업양수도 공시는 없습니다. 회사는 4월과 5월에 이어 8월 14일에도 “협의 중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재공시했고, 다음 재공시 예정일을 2027년 2월로 잡았습니다. 재공시 간격이 한 달에서 여섯 달로 늘어난 것은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여기에 무주 항공·우주산업단지 조성에 3,034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2026년 3월 전북도·무주군과 맺은 투자협약 단계이고 시설투자 공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산업단지 착공 목표가 2028년 상반기이고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장기 계획입니다.

8. 목록에 잘 오르지 않는 것들

사업 이야기에 묻히기 쉬운 항목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철도 담합 관련 손해배상 소송 두 건이 진행 중입니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철도차량 입찰 담합을 제재한 데 따른 후속 소송으로, 국가철도공단이 445억 원, 한국철도공사가 935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합치면 1,380억 원이고 둘 다 1심 단계입니다. 배상액이 확정되면 그해 철도 부문의 얇은 이익을 그대로 지웁니다. 별도로 STX를 상대로 낸 회생채권 조사확정 재판도 있습니다. 현대로템이 신청인인데 패소하면 이미 받은 선급금 약 283억 원을 돌려줘야 합니다.

둘째, 부채비율이 6월 말 169.1%입니다. 작년 말 206.4%에서 내려왔습니다. 다만 부채의 상당 부분이 고객에게 미리 받은 선수금이라 곧바로 위험 신호로 읽을 것은 아닙니다.

셋째, 고객이 몰려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상위 두 고객이 전사 매출의 52%를 차지했고 둘 다 AD&RH 부문입니다.

넷째, 본업과 무관한 대규모 출자가 있습니다. 2026년 4월 이사회가 HMG퓨처콤플렉스에 4,608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자기자본의 15.2%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취득 예정일은 2030년입니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은 부동산 임대업이며 현대차, 기아, 모비스 등 그룹사가 함께 참여합니다.

반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없고 자기주식도 우선주도 없습니다. 발행주식 1억 914만 주가 전부 보통주 한 종류라 희석 요인이 현재로선 없습니다.

9. 정리

현대로템의 지난 3년은 철도회사가 방산회사로 재평가받은 과정이었습니다. 이익률이 5.9%에서 17.2%로 오르는 동안 주가는 그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폴란드 K2가 그 전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 재평가가 한 번 멈춰 선 것입니다. 이익률이 꺾였고, 다음 수출 물량은 일정이 뒤로 퍼졌고, 쌓인 일감의 3분의 2는 이익을 거의 못 내는 철도입니다. 주가가 고점의 절반이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무너진 것도 아닙니다. 수주잔고는 사상 최대이고 폴란드 계약은 취소가 아니라 이연이며, 분기마다 2,300억 원의 영업이익은 계속 나옵니다. 이익률 14.9%는 2024년까지의 어느 해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결국 이 회사의 손익은 공장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매출의 97%가 진행률로 인식되니, 그해 투입한 원가가 마진 좋은 수출 물량이면 이익률이 오르고 아니면 내려갑니다. 잔고에 무엇이 얼마나 쌓였는지보다 그것이 언제 라인을 지나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일정은 회사가 정하지 못합니다. 폴란드 군비청과 페루 국방부, 루마니아 입찰 결과가 쥐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상대국 예산이 언제 잡힐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분석의 정교함으로 좁혀지지 않는 종류의 불확실성입니다.

가까운 확인 지점은 셋입니다. 3분기 실적에서 2,300억 원대에 머물던 분기 영업이익이 다시 올라가는지, 페루 본계약과 루마니아 입찰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그리고 현대위아 특수사업부 인수가 실제 공시로 이어지는지입니다. 앞의 둘이 이익률을, 마지막이 사업 구조를 바꿉니다.

이 글은 공개된 공시와 실적 자료를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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