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은 3,541억 원입니다. 1년 전 2,332억 원에서 51.9% 늘었습니다.
그런데 늘어난 1,209억 원을 부문별로 쪼개면 벌크에서 1,232억 원이 나옵니다. 증가분보다 큽니다. 매출의 83%를 담당하는 컨테이너가 보탠 것은 111억 원뿐입니다.
그리고 7월, 회사는 2030년까지 29조 원을 쓰겠다는 계획을 공시하면서 컨테이너 목표 선복량을 기존 155만 TEU에서 147만 TEU로 낮췄습니다. 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처음입니다. 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를 실을 수 있는 용량을 뜻하는 단위입니다.
3분 요약
- 2분기 영업이익 3,541억 원(+51.9%). 늘어난 1,209억 원보다 벌크 증가분 1,232억 원이 더 큽니다. 컨테이너는 +5.9%에 그쳤습니다.
- 상반기 누계는 오히려 나빠졌습니다. 영업이익 6,232억 원으로 26.4% 감소, 순이익 7,650억 원으로 36.8% 감소했습니다.
- 컨테이너 부문 상반기 영업이익은 7,658억 원에서 3,838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같은 기간 벌크는 685억 원에서 2,394억 원이 됐습니다.
- 2분기 부문 영업이익률은 컨테이너 7.1%, 벌크 28.0%입니다.
- 벌크 호황을 이끈 유조선 운임의 상당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리스크에서 나옵니다. 같은 목적지로 가도 해협 안쪽 출발과 바깥쪽 출발의 운임이 톤당 2.7배 차이 납니다.
- 현금성 자산 12조 1,000억 원을 들고 있지만 2030년까지 29조 원을 쓰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배당은 연 1회 700원, 배당성향 35.1%입니다.
- 9월 8일 종가 21,150원, 시가총액 19조 9,495억 원. 증권사 목표주가가 21,000원부터 31,000원까지 갈려 있습니다.
1.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HMM은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입니다. 옛 현대상선이고, 2020년에 지금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2016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자금 지원으로 살아났고, 2021년과 2022년 해운 대호황 때 사상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사업은 크게 둘입니다. 컨테이너는 정해진 항로를 정기적으로 오가며 공산품을 실어 나르는 사업으로 상반기 매출의 82.9%를 차지합니다. 벌크는 화주가 부르는 대로 움직이며 철광석·석탄 같은 건화물과 원유·가스를 나르는 사업으로 15.7%입니다. 나머지 1.4%가 기타입니다.
직접 보유한 선박은 123척이고 컨테이너선 73척, 벌크선 50척입니다. 벌크선 쪽에는 유조선과 가스선, 자동차운반선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빌려 쓰는 배를 더하면 컨테이너선만 98척이 되고, 이 기준으로 해운 조사업체 알파라이너가 집계한 선복량은 세계 8위, 점유율 3.0%입니다. 선복량은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용량을 말합니다. 1위 MSC가 21.6%, 2위 머스크가 13.8%이니 규모 차이가 큽니다.
최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 35.42%, 다음이 한국해양진흥공사 35.08%입니다. 두 국책기관 합계 70.50%로, 사실상 정부가 가진 회사입니다. 이 지분 구조가 실적만큼이나 주가를 좌우합니다.
2. 늘어난 이익이 어디서 나왔나

2분기 실적만 보면 좋아 보입니다. 매출 3조 4,020억 원으로 29.7% 늘었고 영업이익은 3,541억 원으로 51.9% 늘었습니다.
부문별 주석을 열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컨테이너 영업이익은 1,875억 원에서 1,986억 원으로 111억 원(5.9%) 늘었습니다. 벌크는 332억 원에서 1,564억 원으로 1,232억 원(371%) 늘었습니다. 기타 부문이 125억 원 흑자에서 8억 원 적자로 돌아서면서 133억 원을 깎았습니다.
세 숫자를 더하면 1,210억 원이고 실제 증가액 1,209억 원과 맞습니다. 2분기에 늘어난 이익은 전부 벌크에서 나왔습니다. 매출의 6분의 1을 담당하는 부문이 증가분 전부를 만들어냈고, 나머지가 조금 깎았습니다.
같은 분기 부문 영업이익률은 컨테이너 7.1%, 벌크 28.0%입니다. 1년 전에는 컨테이너 8.6%, 벌크 8.4%로 비슷했습니다. 한 해 만에 벌크가 컨테이너의 네 배가 됐습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순이익입니다. 2분기 순이익은 4,114억 원으로 12.7%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순이익이 준 이유는 금융수익입니다. 같은 분기 금융수익이 3,343억 원에서 1,305억 원으로 61.0% 줄었습니다. 12조 원 넘는 현금에 붙던 이자가 줄어든 몫입니다. 영업에서 번 것보다 이자에서 잃은 것이 컸습니다.
3. 본업은 왜 반토막 났나

기간을 반기로 넓히면 그림이 또 달라집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6,23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4% 줄었습니다. 순이익은 36.8% 줄었습니다. 2분기 숫자만 떼어 보면 개선인데, 반기 전체로는 후퇴입니다.
진원지는 컨테이너입니다. 상반기 컨테이너 영업이익이 7,658억 원에서 3,838억 원으로 49.9% 줄었습니다. 특히 1분기가 나빴습니다. 1분기 컨테이너 영업이익은 1,852억 원으로 68.0% 감소했습니다.
흔히 인용되는 숫자 하나를 짚고 가야 합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2% 올랐다는 수치로, 회사가 반기보고서에 직접 적어둔 값입니다. 운임이 42% 올랐는데 컨테이너 이익이 5.9%밖에 안 늘었으니 이상해 보입니다. 세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첫째, 42%는 2분기 수치입니다. 회사가 1분기보고서에 적은 1분기 평균은 오히려 14% 낮았고, 상반기 전체로는 15% 상승입니다. 이익이 무너진 곳은 1분기이므로 42%와 나란히 놓을 숫자가 아닙니다.
둘째, 이 지수는 그때그때 시장에서 거래되는 단기 운임만 반영합니다. 선사가 실제로 받는 돈에는 화주와 미리 맺어둔 장기 계약이 섞입니다. 계약 운임을 포함하는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와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두 지수를 같은 잣대인 직전 분기 대비로 맞춰 보면, 2분기에 SCFI가 55% 오르는 동안 CCFI는 1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선사가 실제로 받는 돈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셋째, 원가가 올랐습니다. 상반기 감가상각비가 5,218억 원에서 6,768억 원으로 29.7% 늘었습니다. 컨테이너 부문만 따로 보면 4,214억 원에서 5,400억 원입니다. 신조선이 인도될수록 커지는 비용입니다. 연료유 평균 구매 단가도 2025년 톤당 424.65달러에서 2026년 상반기 576.49달러로 35.8% 올랐습니다.
운임 지표와 실적이 어긋난 것이 아니라, 비교 구간이 다르고 지수가 실현 운임을 대표하지 못하며 원가가 그 사이에 올랐습니다.
4. 벌크 이익의 성격
그러면 벌크 이익은 믿을 만한가. 이 부분이 이 회사를 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됐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불안해졌습니다. 중동에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초대형 유조선 운임이 폭등했습니다. 회사가 반기보고서에 실은 중동발 중국행 항로 지수는 2월 월평균 160에서 3월 421로 한 달 만에 2.6배가 됐습니다. 이 지수는 기준 운임을 100으로 놓고 실제 운임이 그 몇 %인지 나타내는 방식이라, 421은 기준의 네 배를 넘게 받았다는 뜻입니다. 같은 지수의 주간 수치로는 9월 첫 주가 677로 2월 초 137의 약 다섯 배였습니다.
이 운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가 있습니다. 해운 데이터 분석 업체 볼텍사에 따르면 같은 중국 닝보로 가더라도, 해협 안쪽 사우디 라스타누라에서 출발하면 톤당 120달러가 넘고 바깥쪽 오만 미나알파할에서 출발하면 45달러 안팎입니다. 실을 화물도 목적지도 같은데 해협을 지나느냐만으로 2.7배가 갈립니다. 전쟁위험보험료도 선체 가액의 0.25%에서 한 번 통항에 7.5~12.5%로 뛰었습니다.
회사도 이 점을 알고 있습니다. 반기보고서는 해당 운임 지수 표에 “2026년 3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지수에 War premium이 반영되었으며, 실제 유조선 시장 운임과 괴리가 있음”이라는 각주를 달아뒀습니다. 작성기준일 이후 주요 사항으로는 중동 갈등 격화를 적으면서 “재무적 영향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미 한 번 되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중순 휴전과 호르무즈 재개 합의로 서비스 정상화가 기대됐다가 7월 중순 충돌이 다시 격화됐습니다. 운임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 것이 아닙니다.
더 걸리는 것은 수요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8월 들어 물량에 운송 거리를 곱한 원유 수요는 오히려 줄었고, 화물을 싣지 않고 이동하는 유조선은 7월 저점 대비 25% 늘었습니다. 호르무즈 동쪽에서 대기하는 초대형 유조선이 7월 초 한 자릿수에서 8월 말 약 40척이 됐습니다. 통항 리스크가 걷히면 이 배들이 별도의 이동 없이 즉시 공급으로 바뀝니다. 초대형 유조선 발주잔량은 현존 선대의 약 30%입니다. 발주잔량은 이미 주문했지만 아직 인도되지 않은 배를 말합니다.
다만 벌크 전체를 전쟁 수혜로 묶으면 과합니다. 건화물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는 9월 초 3,628포인트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인데, 여기에는 철광석·석탄 물동량과 항로 장거리화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회사도 홍해 사태와 중동 리스크가 우회 항해를 유발해 선복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어, 지정학 요인이 건화물에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벌크는 계약 기간이 긴 사업이라 이미 묶인 물량에는 전쟁 프리미엄 논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5. 회사는 컨테이너 목표를 낮춰 잡았다
그런데 회사는 벌크로 기운 지금의 손익 구조를 잠시 지나가는 일로 보지 않았습니다.
2026년 7월 24일 공시된 중장기 계획을 보면, HMM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약 29조 원을 투자합니다. 사업별 배분은 컨테이너 19조 2,000억 원, 벌크 8조 5,000억 원, 디지털 전환과 기타 투자에 1조 3,000억 원입니다. 이 29조 안에서 친환경 관련 투자로 잡힌 몫이 16조 1,000억 원입니다.
주목할 지점은 컨테이너 쪽 목표가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직전 계획인 2024년 9월 공시에서 2030년 목표 선복량은 155만 TEU였는데 이번에 147만 TEU로 내려갔습니다. 대신 선박 수는 130척에서 166척으로 늘었습니다. 큰 배를 줄이고 작은 배를 늘리겠다는 뜻이고, 실제로 먼바다를 오가는 원양 항로와 가까운 바다를 오가는 근해 항로의 비중 목표를 90 대 10에서 76 대 24로 바꿨습니다. 운영 항로 수는 66개에서 85개로 늘립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147만 TEU는 6월 말 실제 컨테이너 선복량 약 102만 TEU보다 44% 큰 숫자입니다. 줄어든 것은 직전 계획 대비 목표치이지 배 자체가 아닙니다. 총 투자 규모도 직전 계획의 23조 5,000억 원에서 29조 원으로 커졌고, 그중 컨테이너가 여전히 가장 큰 몫입니다. 다만 이 회사가 컨테이너 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처음이고, 그 방향이 큰 배에서 작은 배로 향한다는 점이 달라진 대목입니다.
벌크는 반대입니다. 척수는 110척으로 그대로인데 목표 선복량이 1,256만 DWT에서 1,352만 DWT로 늘었습니다. DWT는 배가 실을 수 있는 화물과 연료를 합친 무게를 말합니다. 배를 키우겠다는 뜻입니다.
이 방향을 확정한 것이 9월 7일 체결된 계약입니다.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와 맺은 4조 6,972억 원짜리 장기 화물운송계약으로, 기간이 2030년 4월부터 2056년 10월까지 26년 7개월입니다. 계약 금액은 2025년 연결 매출의 43.13%에 해당합니다. 이 건은 7월과 8월 두 차례 보도 해명공시에서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가 9월에 확정 공시로 나왔습니다.
발레와는 세 번째 계약이고, 앞서 맺은 두 건(6,362억 원, 4,303억 원)을 합치면 이 화주 한 곳과의 장기계약만 5조 7,637억 원에 이릅니다. 회사는 벌크 장기계약 비중을 현재 55%에서 2030년 71%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컨테이너에서는 운임 변동에 덜 노출되는 근해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고, 벌크에서는 20년 넘는 계약으로 현금흐름을 고정하는 쪽으로 갑니다. 운임 사이클에 실적을 맡기던 회사에서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회사로 옮겨가겠다는 설계입니다. 이익 구조는 이미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벌크가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에서 38.4%가 됐습니다.
6. 현금 12조는 어디로 가나

HMM을 저평가라고 볼 때 근거로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이 현금입니다. 6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 833억 원에 단기금융상품 11조 64억 원을 더하면 12조 897억 원입니다. 시가총액 19조 9,495억 원의 약 61%가 현금인 셈입니다.
리스부채를 포함한 차입금이 6조 1,168억 원 있으니 순현금으로 따지면 약 6조 원입니다. 리스부채를 빼고 순수 차입금만 보면 2,931억 원에 불과하고 회사채 잔액은 0이므로, 어느 기준으로 보든 재무는 튼튼합니다. 부채비율은 29.4%입니다.
문제는 이 현금이 어디로 가느냐입니다. 앞서 본 29조 원 계획은 연평균 5조 8,000억 원을 써야 하는 규모입니다. 상반기 설비투자 실적은 선박에 2조 2,577억 원, 기기에 1,971억 원을 더해 2조 4,548억 원이었습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계획한 속도에 가깝습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6조 9,900억 원에서 8조 4,500억 원으로 1조 4,600억 원 늘었는데 대부분 리스부채 증가분입니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유동성은 12조 6,761억 원에서 12조 897억 원으로 5,864억 원 줄었습니다. 아직 급격히 헐리는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도 함께 봐야 합니다. HMM은 연 1회 결산배당을 하고 있고 2025년 배당은 주당 700원, 배당총액 6,603억 원, 배당성향 35.1%였습니다. 여기에 별도로 2025년 중 2조 1,432억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했습니다. 회사가 공시한 2025년 총주주환원율은 72.8%입니다. 그해 실제로 집행한 2024년 결산배당 5,286억 원과 자사주 매입액을 합쳐 2024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니, 한 해 번 돈의 4분의 3 가까이를 주주에게 돌려준 셈입니다.
같은 공시에 중장기 목표로 3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 4%가 들어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2025년 계획에도 있던 값이고, 같은 문서에 적힌 2025년 실적은 3년 평균 8.9%입니다. 목표를 새로 낮춘 것이 아니라 원래 보수적으로 잡아둔 숫자라고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함께 제시된 목표는 연평균 매출성장률 9%입니다.
밸류에이션을 어느 잣대로 볼 것이냐가 여기서 갈립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9월 8일 종가를 6월 말 주당순자산 30,457원으로 나눠 0.69배입니다. 일부 사이트가 0.75배로 표시하는 것은 2025년 말 주당순자산 28,168원을 쓰기 때문입니다. 자산 대비 싸 보이는 것은 어느 기준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iM증권은 8월 실적 발표 후 밸류에이션 기준을 주가순자산비율에서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5.2배로 바꾸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습니다. 앞의 지표가 회사가 쌓아둔 자산과 주가를 견준다면 뒤의 지표는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과 견줍니다. 자산으로 재면 싸지만 버는 힘으로 재면 이미 목표가에 닿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12조 원이 자산 항목에 그대로 잡히는 회사에서는 두 잣대의 결론이 이렇게 갈립니다.
참고로 글로벌 선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은 하팍로이드 1.31배, ZIM 0.89배, 에버그린 0.85배, 머스크 0.85배, 코스코 0.84배(홍콩 상장분 기준), 양밍 0.61배입니다. HMM의 0.69배는 일곱 곳 가운데 아래에서 두 번째입니다. 싸긴 하지만, 하팍로이드를 뺀 나머지 전부가 순자산보다 낮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합니다.
7. 공급 과잉의 시간표
컨테이너 업황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숫자는 발주잔량입니다. 알파라이너 6월 집계로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잔량은 1,592척, 1,298만 TEU로 현존 선대의 38.3%였고, 8월 말에는 약 40%까지 올라갔습니다.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정작 2026년은 인도가 적은 해입니다. 1분기 인도량이 선대의 0.9%로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1%를 밑돌았습니다. 배가 몰려 나오는 시점은 뒤에 있습니다. 2028년 인도 예정 물량이 약 520만 TEU로 이미 확정돼 있는데(라이너리티카 집계), 조사업체 MSI는 이를 2027년 말 선대의 약 13%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비율이라고 봅니다.
그런데도 지금 시장은 빠듯합니다. 공급이 적어서가 아니라 선복이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운항을 멈추고 대기하는 선박 비율은 8월 말 기준 0.5%에 불과합니다. 대신 운항 지연으로 묶인 선복이 230만 TEU로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의 6.6%에 이르고(시인텔리전스, 8월 말), 항만에서 대기 중인 선복은 431만 TEU로 물량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라이너리티카, 8월 말). 홍해를 피해 희망봉으로 도는 우회 항로가 만들어내는 추가 선복 수요도 5~7%로 추정됩니다.
수에즈 운하는 회복 중이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2026년 8월 수에즈를 지난 컨테이너선은 1년 전보다 척수 기준 36%, 선복 기준 184% 늘었습니다. 큰 배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위기 이전인 2023년 8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척수 65%, 선복 74% 적습니다. MSC가 8월 말 네 개 서비스를 공식 복귀시켰고 머스크도 우회 물량의 30% 이상을 되돌렸으니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남은 물량이 마저 돌아오는 시점이 2028년 인도 급증과 겹치면 문제가 커집니다.
다만 업종 논리를 그대로 개별 회사에 적용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HMM은 남의 배를 빌려 쓰는 용선 비중이 18.2%로 상위 10개 선사 중 가장 낮습니다. ZIM이 86.8%, ONE이 52.6%, 양밍이 49.4%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발주잔량이 자기 선대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1.3%로 하팍로이드(20.8%) 다음으로 낮습니다. MSC와 CMA CGM이 39.5%, 코스코가 52.3%입니다.
요컨대 HMM은 공급 과잉을 만드는 쪽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다치는 쪽입니다. 대신 수익성 비교는 기준을 맞춰야 합니다. 흔히 인용되는 상반기 영업이익률 순위(코스코 17.5%, 에버그린 14.8%, HMM 10.2%)는 전사 기준인데, HMM의 10.2%는 벌크가 끌어올린 값이고 컨테이너 부문만 보면 7.6%입니다. 코스코 역시 항만 사업과 지분법이익이 포함된 값으로 컨테이너만 보면 12.5%입니다. 머스크의 10.0%는 그룹 전체 2분기 수치이고 해운 부문만 보면 8.9%입니다. 정기선 사업만 놓고 보면 HMM은 중위권입니다.
8. 목표주가가 갈리는 이유

2분기 실적이 나온 뒤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는 21,000원부터 31,000원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최저와 최고가 약 1.5배 차이입니다. 같은 재무제표를 보고 이렇게 갈리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가장 높은 쪽에 가까운 대신증권은 8월 25일 목표주가를 23,000원에서 29,000원으로 올리면서 투자의견도 상향했습니다. 근거는 12개월 뒤 예상 주당순자산 29,238원에 주가순자산비율 1.0배를 적용한 것이고, 배수를 올린 이유로 “지정학적 병목의 장기화”와 “신조 공급 과잉 우려에도 중동 사태에 따른 실질 선복 부족 지속”을 들었습니다. 전쟁 상태가 길어진다는 데 베팅한 셈입니다.
반대로 iM증권은 8월 14일 목표주가 23,000원을 유지하면서 투자의견만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습니다. 이유는 “기존 목표주가에 도달했다”는 것이었고, 리스크로 “최근 운임 강세의 대부분 요인은 중동 전쟁이므로 이벤트 경과에 따라 이익 추정치 변동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나증권은 7월 리포트에서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국면 진입이 확실시된다”면서도 “다운사이클 진입 시 HMM의 원가 구조와 현금보유량을 감안하면 가장 오래 버틸 것”이라고 봤습니다. 근거로는 용선 비중이 상위 10개사 평균 39%인데 HMM은 18%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8월 리포트에서는 중립을 유지하면서 “주주환원이 본격화된다면 투자의견 상향도 가능”이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2027년 영업이익 전망입니다. LS증권 8,420억 원, 하나증권 1조 933억 원, 대신증권 1조 3,600억 원으로 역시 갈리지만, 세 곳 모두 2026년보다 낮게 봅니다. 목표주가는 갈려도 올해가 고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실적 발표 후 목표주가를 내린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네 곳이 올렸습니다. 그렇다고 눈높이가 일제히 올라갔다고 읽으면 곤란합니다. iM증권처럼 목표가는 그대로 두고 투자의견만 낮춘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9월 8일 기준 컨센서스 목표주가는 24,818원이고, 투자의견은 매수 5곳, 중립 7곳, 매도 1곳으로 중립이 가장 많습니다.
9. 따로 봐야 할 넷
사업 이야기에 묻히기 쉬운 항목이 넷 있습니다.
첫째, 2조 1,432억 원짜리 자사주 소각의 85%가 국책기관에 돌아갔습니다. 2025년 8월 HMM은 주당 26,200원에 사겠다고 공개 매수를 걸어 자사주 8,180만 주를 거둬들였고 9월에 전량 소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 6,979만 주(85.3%)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물량이었습니다. 지분율대로 응한 것이라 특혜는 아니지만, 두 기관이 70%를 갖고 있으니 주주환원의 대부분이 정부로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두 기관은 2025년 4월 영구전환사채 7,200억 원을 주당 5,000원에 보통주로 바꿨고, 넉 달 뒤 그 주식을 26,200원에 회사에 팔았습니다. 다만 그 사채는 2018~2020년 회사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던 시기에 들어온 구조조정 자금이었습니다.
둘째, 주식 수가 더 늘어날 일은 없습니다. 발행주식수는 2020년 말 3억 2,673만 주에서 2025년 4월 10억 2,504만 주까지 늘었습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들고 있던 영구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전부 주식으로 바뀐 결과입니다. 그러나 6월 말 기준 미상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신종자본증권 잔액이 모두 0이고,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수는 9억 4,324만 주로 오히려 8% 줄었습니다. 나중에 주식으로 바뀔 물량을 미리 반영한 주당순이익도 2026년 상반기 811원으로 그냥 주당순이익과 같습니다. 지분 희석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뜻입니다.
셋째, 민영화는 논의 중이라기보다 순서가 밀려 있습니다. 2023년 7월 매각 공고가 났지만 2024년 2월 우선협상이 결렬됐습니다. 2026년 2월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산업은행 지분 35.42%만 떼어 먼저 파는 방안이 거론됐고,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같은 달 “부산 이전이 완료된 다음에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6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HMM 매각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본점 등기는 2026년 5월 부산으로 옮겼고 7월 말 부산 서면에 임시 사옥을 빌려 10월부터 서울 조직을 순차적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인원이 언제 내려가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산업은행에는 시한이 있습니다. 자기자본의 15%를 넘는 지분에는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규제가 붙는데, 금융감독원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내주면서 2028년 6월 말까지 3년간 유예받은 상태입니다.
넷째, 미국 연방해사위원회에 걸린 사건이 넷 있습니다. 이 기관은 미국을 오가는 해상운송의 불공정 행위를 다루는 규제기관입니다. HMM을 단독 피고로 한 것이 세 건인데, 이 중 삼성전자아메리카 건의 청구액이 1억 1,000만 달러 이상으로 반기보고서 적용환율로 환산하면 약 1,703억 원, 상반기 영업이익의 27.3%입니다. 나머지 두 건은 청구액이 그보다 훨씬 작거나 소장에 총액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미국 육상운송협회가 HMM을 포함한 선사 단체를 상대로 낸 사건이 따로 있는데, 이쪽은 돈이 아니라 행위 중지를 요구하는 건입니다. 회사는 모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기재했습니다.
10. 정리
HMM을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로만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의 절반을 놓칩니다. 매출의 83%는 여전히 컨테이너지만, 2분기에 늘어난 이익은 전부 벌크에서 나왔고 부문 이익률은 벌크가 컨테이너의 네 배입니다. 상반기 누계로 보면 컨테이너 이익은 반토막 났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이것을 일시적 현상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컨테이너 목표 선복량을 처음으로 낮춰 잡고 원양 비중을 90%에서 76%로 내리는 대신, 발레와 26년짜리 계약을 맺고 벌크 장기계약 비중을 71%까지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운임 사이클에 얹혀 있던 회사가 계약으로 버티는 회사가 되려는 중입니다.
이 전환의 값이 29조 원입니다. 지금 이 회사를 싸 보이게 만드는 현금 12조 원이 바로 그 재원입니다. 자산 대비 주가가 낮다는 논리와 그 자산이 5년에 걸쳐 선박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선박도 자산이지만 해마다 감가상각을 남기고, 이미 상반기 감가상각비가 30% 가까이 늘면서 컨테이너 이익을 눌렀습니다.
당장의 이익을 떠받치는 벌크 운임은 전쟁이 만든 것입니다. 회사 스스로 실제 시황과 괴리가 있다고 각주를 달았고, 해협 바깥에서 대기 중인 유조선 40척이 그 괴리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컨테이너 쪽에는 2028년에 몰려 나올 배들이 이미 발주돼 있고 수에즈로 돌아가는 배도 늘고 있습니다. 두 부문의 시계가 서로 반대로 돌아가는 셈인데, 어느 쪽도 회사가 정하지 못합니다.
확인할 지점은 셋입니다.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화될 때 벌크 이익이 어디까지 되돌아가는지, 3분기 컨테이너 영업이익률이 7%대에서 올라오는지, 그리고 부산 이전이 진행된 뒤 산업은행이 실제로 매각 절차를 다시 여는지입니다. 앞의 둘이 실적을, 마지막이 이 회사의 주인을 바꿉니다.
이 글은 공개된 공시와 시장 자료를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