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인데 PER은 10배, 크래프톤(259960) 분석

주식 시장에는 이상한 종목이 있습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데 주가는 그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크래프톤(259960)이 그렇습니다. 2026년 상반기 이 회사는 매출 2조 6,616억 원, 영업이익 9,725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반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에 육박한 것입니다. 그런데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안팎으로, 게임 업종 평균(약 14.6배)에도 못 미칩니다. 잘 벌수록 오히려 값이 싸지는 이 역설의 이유는 하나로 모입니다. “이 돈을 배틀그라운드 하나가 벌고 있다”는 것입니다.

1. 실적: 숫자는 나무랄 데가 없다

크래프톤 2026년 2분기 매출 1조 2,902억원 +94.9퍼센트, 영업이익 4,109억원 +67퍼센트

2026년 2분기 크래프톤의 매출은 1조 2,902억 원(+94.9%), 영업이익은 4,109억 원(+67.0%)이었습니다. 매출이 1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고, 둘 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데, 이는 게임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한 번 만든 게임을 추가로 파는 데 드는 원가가 거의 없어서, 잘 팔리기 시작하면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2. 이 돈은 어디서 오나

크래프톤 매출의 압도적인 부분은 배틀그라운드(PUBG)에서 나옵니다. 2017년에 나온 이 배틀로얄 게임은 아직도 성장 중인데, 상반기 PUBG 지식재산(IP) 프랜차이즈 매출이 전년 대비 25% 늘었습니다. 9년 된 게임의 매출이 여전히 두 자릿수로 증가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동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확률형·꾸미기 아이템입니다. 2분기에 새로 낸 캐릭터 의상 아이템이 역대 최대 일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풀고 캐릭터를 꾸미는 아이템을 파는 구조라, 이용자가 유지되는 한 매출이 계속 나옵니다. 다른 하나는 인도입니다. 크래프톤은 인도 전용 버전(BGMI)으로 이 거대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는 중이라, 다른 게임사들이 부러워하는 자산입니다.

3. 그런데 왜 값이 싼가

크래프톤 PER 약 10.3배로 게임 업종 평균 약 14.6배보다 낮음

2026년 예상 실적 기준 크래프톤의 PER은 약 10.3배로, 게임 업종 평균 약 14.6배보다 낮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회사가 업종 평균보다 싸게 거래되는 셈입니다.

이유는 단일 IP 의존입니다. 시장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지금 이익의 대부분을 배틀그라운드 하나가 만들고 있는데, 게임에는 수명이 있습니다. 이용자가 질리거나 더 재미있는 경쟁작이 나오면 매출은 생각보다 빠르게 꺾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의 1조 원 가까운 이익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시장은 이 이익에 높은 배수를 주기를 주저합니다. “지금 잘 버는 건 알겠는데, 이게 몇 년 갈까”라는 의심입니다.

게임사가 이 의심을 푸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배틀그라운드 말고 다른 게임도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여러 신작을 냈지만 배그를 대체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고, 그것이 할인의 근거로 굳어졌습니다.

4. 그래서 이번이 의미 있다: 서브노티카 2

서브노티카 2 판매량 500만 장, 돌파에 걸린 기간 22일

2026년 5월 미리 해보기(얼리 액세스) 형태로 내놓은 서브노티카 222일 만에 500만 장을 팔았습니다. 바다를 탐험하는 생존 게임으로, 배틀그라운드와는 장르도 이용자층도 완전히 다릅니다.

이 성과가 중요한 이유는 매출 규모 자체보다 의미에 있습니다. 크래프톤이 “배그 말고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할인의 근거를 정면으로 흔드는 증거인 셈입니다. 회사는 게임스컴 2026에서 PUBG 기반 신작을 포함해 5종의 신작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얼리 액세스는 미완성 상태로 파는 방식이라 정식 출시 때까지 평가가 뒤집힐 수 있고, 판매량 500만 장이 배틀그라운드가 매년 만들어내는 이익 규모에 견줄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신작 하나가 흥행했다고 단일 IP 의존이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5. 주주환원: 회사도 값이 싸다고 본다

크래프톤 2026년 자사주 소각 4,315억원, 자사주 취득 3,000억원, 감액 배당 996억원

흥미로운 건 회사의 행동입니다. 크래프톤은 2026년 상반기에 자사주 3,000억 원어치를 사들이고, 기존 보유분을 합쳐 4,315억 원 규모를 소각했습니다. 여기에 996억 원 규모의 감액 배당까지 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는 것으로, 주식 수가 줄어 남은 주주의 몫이 커집니다. 그리고 경영진이 이런 결정을 한다는 것은 지금 주가가 회사 가치보다 싸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적으로 번 돈을 신규 투자에만 쓰지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고 있다는 점은 밸류에이션 할인 국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6. 리스크 점검

첫째, 단일 IP 의존입니다. 이 종목의 핵심 위험이며, 배틀그라운드 매출이 꺾이면 이익 대부분이 흔들립니다. 둘째, 게임 수명입니다. 9년 된 게임이 언제까지 성장할지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고, 강력한 경쟁작이 나오면 이용자가 빠르게 이동합니다. 셋째, 인도 리스크입니다. 인도 사업은 강점이지만, 과거 현지에서 서비스가 차단된 적이 있듯 정책·규제 변수가 큰 시장입니다. 넷째, 신작 불확실성으로, 게임 개발은 성공률이 낮고 일정도 자주 밀립니다. 다섯째, 확률형 아이템 규제입니다. 국내외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 수익 모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섯째, 실적 변동성으로, 아이템 출시 일정에 따라 분기 실적이 크게 출렁입니다.

7. PER 10배가 걷히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크래프톤의 상황은 명확합니다. 돈은 확실히 잘 벌지만, 시장이 그 지속성을 못 믿어서 값이 싸다. 실적을 더 내는 것만으로는 이 할인이 풀리지 않습니다. 이미 역대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PER이 10배니까요.

할인이 걷히려면 이익의 출처가 갈라져야 합니다. 배틀그라운드 외의 게임이 의미 있는 이익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한 분기가 아니라 여러 분기에 걸쳐 반복돼야 시장은 “이 회사는 한 게임에 기댄 회사가 아니라 게임을 만들 줄 아는 회사”라고 판단을 바꿉니다. 서브노티카 2는 그 방향으로 내디딘 첫걸음이지, 도착점이 아닙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실적에서 확인할 것은 전체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아닙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아닌 게임에서 나온 매출이 얼마이고, 그 비중이 늘고 있는가입니다. 이 비중이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순간이, 크래프톤이 게임 업종 평균 이상의 값을 받기 시작하는 지점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6년 2분기 실적(2026년 7월 발표) 및 2026년 8월 시장 자료에 근거하며, 주가·시가총액·PER·판매량 등은 출처·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게임 업종 특성상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큽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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