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에는 두 가지 전혀 다른 돈 버는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남의 약을 대신 만들어주고 수수료를 받는 위탁생산(CDMO)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약을 직접 만들어 자기 브랜드로 파는 제약사입니다. 셀트리온(068270)은 후자의 대표 주자입니다. 그런데 셀트리온이 파는 약은 완전히 새로운 신약이 아니라, 특허가 끝난 비싼 바이오의약품을 비슷하게 만든 ‘바이오시밀러(복제약)’입니다. 최근 이 회사는 남에게 팔던 방식을 버리고 미국에서 직접 파는 쪽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그 결과 이익률이 폭발했습니다. 복제약을 직접 만들어 직접 파는 이 독특한 회사를, 강점과 비싼 값이라는 그림자까지 객관적으로 해부합니다.
1.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바이오시밀러의 직접 판매자
먼저 바이오시밀러가 무엇인지부터 짚습니다. 자가면역질환·암 치료에 쓰는 바이오의약품(항체 등)은 대개 값이 매우 비쌉니다. 이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끝나면, 그와 효능이 사실상 동등한 약을 더 싸게 만들어 팔 수 있는데 이것이 바이오시밀러입니다. 셀트리온은 이 분야의 세계적 강자로, 류머티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자가면역 치료제 유플라이마(휴미라 계열), 스테키마(스텔라라 계열) 등을 만듭니다.
여기서 위탁생산(CDMO) 회사와의 결정적 차이가 나옵니다. CDMO가 ‘남의 약을 만들어주는 공장’이라 제품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생산 수수료를 받는다면, 셀트리온은 자기 약을 자기 이름으로 파는 브랜드 회사라 약이 시장에서 많이 팔릴수록 이익이 커지고, 안 팔리면 타격을 받습니다. 대신 잘 팔리면 그 과실을 온전히 가져갑니다. 위험도 보상도 더 큰 모델입니다.
2. 실적: 사상 최대, 그리고 이익의 폭발
최근 실적은 이 모델이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6년 2분기 셀트리온은 매출 1조 3,000억 원(+35.2%), 영업이익 4,300억 원(+77.3%)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앞선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두 배 넘게(+115.5%) 뛰었습니다. 매출보다 이익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인데, 이는 뒤에서 볼 ‘직접 판매’ 전략과 고부가 신제품 덕분입니다. 회사는 올해 연간 목표로 매출 5조 3,000억 원, 영업이익 1조 8,000억 원을 제시했습니다.
3. 이익 폭발의 비결: ‘직접 판매’로의 전환
셀트리온 실적의 열쇠는 파는 방식을 바꾼 데 있습니다.
과거 셀트리온은 약을 만들면 해외 유통 파트너에게 넘겨 팔았습니다. 이러면 매출은 나오지만, 판매 마진의 상당 부분을 파트너가 가져갑니다. 셀트리온은 이 방식을 버리고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직접 판매(직판)로 전환했습니다. 영업 조직을 직접 꾸리고 보험사·병원과 직접 협상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중간 유통 마진이 셀트리온 몫으로 돌아오면서,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5%에서 2026년 2분기 33%로 크게 뛰었습니다. 같은 약을 팔아도 더 많이 남기는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 이 직판 전환이 최근 이익 급증의 가장 큰 동력입니다.
4. 미국 승부: 짐펜트라
직판 전략의 상징이자 시험대가 미국의 짐펜트라입니다.
짐펜트라는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제품입니다. 원래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맞던 약을 집에서 스스로 주사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미국에서는 단순 복제약이 아니라 ‘신약’으로 인정받아 독점적 지위를 얻었습니다. 서정진 회장이 직접 챙긴 직판의 핵심 무기입니다. 출시 초기에는 미국 보험 등재의 벽에 막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이제 미국 보험 시장의 90% 이상에서 처방이 보장되고 영업망이 자리 잡으면서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법인 분기 매출이 1년 새 137% 늘었습니다. 여기에 유플라이마·스테키마 같은 고부가 신제품이 더해지며, 이들 신규 제품군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섰습니다.
5. 밸류에이션: 좋은 성장, 그러나 비싼 값
실적과 전략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문제는 그 기대가 이미 값에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6월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4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4.2배입니다. 시가총액은 약 50조 원대로 코스피 상위권입니다. 시장 평균(코스피 약 12배 안팎)보다 훨씬 높은 값으로, 전형적인 바이오 성장주 프리미엄입니다. 다만 이익이 워낙 빠르게 늘면서 PER은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은 함께 봐야 합니다. 강세론은 이렇게 봅니다. “직판으로 마진이 구조적으로 높아졌고, 짐펜트라 미국 성장과 신제품이 이제 막 궤도에 올랐으며, 장기적으로는 복제약을 넘어 신약(항암제 등)으로 나아간다. 이익이 계속 빠르게 늘면 지금의 높은 PER은 자연히 낮아진다.” 약세론은 반박합니다. “결국 본업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복제약이고, 미국 약가 인하와 관세라는 정책 변수가 크며, 신약 전환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PER 45배는 완벽한 실행을 전제한 값이라 실망에 취약하다.” 즉 논쟁은 ‘직판·신제품·신약이라는 성장 스토리에 이 프리미엄을 치를 만한가’입니다.
6. 리스크 점검
첫째, 밸류에이션입니다. PER 45배는 성장이 조금만 둔화돼도 조정을 부를 수 있는 높은 값입니다. 둘째, 미국 약가·관세 정책입니다. 현재 바이오시밀러는 미국의 의약품 관세 대상에서 빠져 있지만 1년 후 재평가가 예정돼 있고, 한국산 의약품 관세나 약가 인하 압박이 확대되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로 대응 중). 셋째, 가격 경쟁입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이라, 후발 제품이 늘면 가격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넷째, 신약 전환의 불확실성입니다. 항체약물접합체(ADC)·이중항체 같은 신약 개발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듭니다. 다섯째, 직판 비용으로, 직접 판매는 마진을 높이지만 영업 조직 유지에 비용이 들어 초기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섯째, 환율로, 해외 매출 비중이 커 환율 변동에 실적이 흔들립니다.
7. 종합: 위험과 보상을 함께 진 회사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만들어, 이제는 직접 파는 회사입니다. 남의 약을 대신 만드는 위탁생산과 달리 자기 브랜드로 승부하기에 위험도 크지만, 잘 팔리면 그 과실을 온전히 가져갑니다. 직판 전환으로 이익률이 33%까지 뛰었고, 짐펜트라의 미국 처방이 살아나며 신제품군이 매출의 60%를 넘어섰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이 이 전략의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은 이미 PER 45배라는 값에 반영돼 있습니다. 강세론은 “직판·신제품·신약으로 성장이 계속돼 높은 값이 정당해진다”는 쪽이고, 약세론은 “본업은 가격 경쟁이 심한 복제약이고 정책 리스크와 신약 불확실성이 있어 값이 앞서갔다”는 쪽입니다. 결국 셀트리온 투자는 “직접 파는 제품 회사로서의 높은 마진과 미국 성장, 그리고 신약으로의 도약이라는 스토리에, 지금의 프리미엄을 치를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위탁생산 회사가 ‘누가 이기든 만들어주며 버는’ 안정형이라면, 셀트리온은 ‘자기 약의 성패에 직접 베팅하는’ 성장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봐야 하는 종목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6년 상반기 실적 및 2026년 7월 시장 자료에 근거하며, 주가·시가총액·PER·미국 매출·정책 변수 등은 출처·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